카이스트에 와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 중에 하나는
적어도 매달 한번씩 콘서트나 연극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무료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한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 콘서트를 비롯해서 현대 음악, 연극, 국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하는데,
클래식이나 현대음악을 할 때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꼭 참석해서 보곤 한다.

어제(9일)는 피아니스트 김정자씨의 독주회가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참석 했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월광 소나타, 브람스의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라벨의 소나티네,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두 개, 베토벤 소나타 (Appassionata, Op.57 No.23) 순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중 두 개의 베토벤 소나타에 기대를 걸고 콘서트홀로 향했다.

월광은 무난했으나 3악장에서 실수를 좀 해서 아쉬움이 남았고,
브람스의 변주곡은 내가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콘서트에 가기 전에 유튜브로 예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자칭 브람스빠인 나이지만 곡 자체가 별로 좋다고 느껴지지가 않는다.
라벨은 라벨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맛보는 정도로만 감상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공연에서 감동을 별로 얻지 못했지만
인터미션 후의 라흐마니노프와 베토벤은 앞의 연주보다 훨씬 나았던 것 같다.
일단 음악에 관심 없는 관중들이 좀 나가고 나니 공연장 분위기도 좋아지고
연주자도 조금 더 집중이 잘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중 첫번째 곡(Op.32 No.12)은 평소에 듣던 Szpilman의 연주보다 더 느낌이 좋았다.
톡톡 튀는 느낌으로 건반을 치는 것이 곡의 분위기를 더 잘 살린 듯.
옆에 앉은 커플이 서로 얘기만 안 했어도 훨씬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터인데...
(계속 그러길래 결국은 짜증좀 냈다-_- 공짜 콘서트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듯.)

열정 소나타는 이번에 처음 들어 보았는데, 집에 와서야 꽤나 유명한 곡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의 작명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비창, 월광과 함께 3대 소나타라 칭하기도 한단다.
3개의 악장 중에서 마지막 악장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미스터치가 좀 있어서 아쉽긴 했지만, 연주자 표정이 풍부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역시나 클래식 공연에서는 연주자의 표정 보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는 듯하다!

아래는 Szpilman의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매우 짧지만 내가 꽤나 좋아하는 피아노 독주곡 중 하나다.



요 아래는 열정 소나타 3악장을 연주자별로 모아놓은 것이다.
구글링 하다가 어떤 일본 블로그에 잘 모아져 있길래 목록을 슬쩍 가져와 버렸다. =)



아직 다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리히테르 연주의 속도와 다이나믹함이 역시나 귀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이래서 내가 리히테르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가보다!


+ 덧붙임

누군가가 Gilels의 연주가 매우 좋다고 하길래 얼른 다운받아버렸다. (1961년 녹음, 라이브)
음원은 goclassic을 통해 받았음.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8/10/10 00:56 2008/10/10 00:56
Posted by Zeus.

안부인사를 남겨주세요 :)

  1. Comment RSS : http://unclethomson.net/blog/life/rss/comment/30
  2. 명랑 2008/11/02 11:40  Modify/Delete  Reply  Address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냥 ㅀㅌㄹ 가 좋아요 왜인진... 강박증때문일듯....

  3. 명랑 2008/11/02 11:41  Modify/Delete  Reply  Address

    손동작을 보면 매우 신나게 치는거 같지만 표정보면 ... 불쌍해보이는

    그런데 왜 이 동영상 안보일까요 ㅜㅜ

    • Zeus 2008/11/13 11:27  Modify/Delete  Address

      김정자씨도 몰입하는 표정 보면 무아지경을 느끼는 것 같더라.
      연주회 감상의 묘미는 연주자 표정 구경이지!

요즘 내가 뭐 하고 사는지 표현하는 세 개의 키워드.

LaTeX라는 걸 이용해서 논문 쓰는 법을 익히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정작 연구는 많이 못하고 프로그램 익히느라 애쓰고 있다.
더불어 "논문을 위한" 영어 문장 작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회화 공부 한 것이나, science writing 클래스에서 배운 내용은 그닥 많은 도움이 되지는 않는 듯하다.
잘 써놓은 reference를 참고해서 비슷한 문장 구조를 가져오는 식으로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다음 화요일에는 서울대에서 Video coding workshop이 있어서 찾아갈 예정이다.
교수님께서도 함께 가시기 때문에 degree of freedom이 매우 감소하였다. -_-;;;
대전에 내려와 있건만 반공연에는 은근히 자주 가게 되는 게 이 바닥이 좁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또한 수요일에는 드디어 첫 Job interview.
연구실에서 내가 지금까지 연구한 내용들을 프리젠테이션 해야 한다.
꽤나 많은 내용을 한 15분 정도에 요약해서 발표해야 하니까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듯 하다.
side effect로, 지원하는 회사에서 교통비가 제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가서 기분 전환도 할 겸,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 한 끼 하고 와야겠다. ^^

아래는 보너스로 올리는 Franck의 violin sonata.
Christian Ferras와 Pierre Barbizet의 연주이다.
(오늘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사람들인데, 연주는 상당히 좋은 듯 하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8/07/11 12:18 2008/07/11 12:18
Posted by Zeus.

안부인사를 남겨주세요 :)

  1. Comment RSS : http://unclethomson.net/blog/life/rss/comment/26
  2. 스넉 2008/07/17 02:48  Modify/Delete  Reply  Address

    라텍스를 이용하면 몸에 좋다는데 정말이야?
    나도 느껴보고 싶구만
    그나저나 난 아직도 소화 안되서 비비적 거리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