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글들을 읽고 영상을 보다 보면 수없이 많은 생각의 파편들이 생겨난다.
쓸데없는 생각들도 많지만, 그 중에는 기억해두고 싶은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생각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난 최대한 메모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종이, 핸드폰, 컴퓨터 등등 도구들이야 참 많다.
문제는 정작 그렇게 메모한 것들을 다시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
그래서 요즘은 구글 서비스를 이용해서 기억해둘만한 생각들을 정리해 둔다.
내가 원하는 기능을 전부 지원해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썩 괜찮게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메모를 정리하기가 몇 달이 되자, 최근에는 그 파편들을 합쳐서
조금 더 큰 생각 - 관찰한 여러 사실들에서 뽑아낼 수 있는 공통적 특성이라든지
내 나름대로의 원칙 같은 것들 - 을 만드는 데에 신경을 쓰게 됐다.
공학에서는 자연 현상이나 어떤 사물의 동작 원리를 이해/설명하기 위해
modeling을 이용한다. 복잡한 현상에서 관심 밖의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내가 보고자 하는 특성만 쏙 뽑아서 수식이나 그림으로 나타내는 방법이다.
내가 메모를 정리하면서 큰 생각을 얻으려 하는 것도 일종의 modeling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대학원에서 여러 논문을 접하고 직접 논문을 쓰면서 한 가지 알게된 게 있다면
현상을 관찰하고 거기서 원리를 뽑아내는 데에 "통찰"이 핵심적이다라는 것이다.
통찰력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따라 고수와 입문자가 나뉘어진다.
그런데, 그 통찰이란 건 어떻게 하면 기를 수 있는가?
책 "생각의 탄생"에서는 인간이 사고하는 방법을 몇 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인식 등등 평소에 우리가 보통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이다. 난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런 '사고 패턴'에 대해 인식을 할 수
있게 됐고, 내가 어떤 방법으로 생각을 하는 게 좋을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 능력을 기르는 건 또 다른 문제겠지만.
시골의사 아저씨는 인간의 오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계속적으로 자신을 변화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자극하고 외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단련하라고 한다.
재미있는 건, "생각의 탄생"이나 시골의사 아저씨의 칼럼에서 공통적으로
예술을 높은 비중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생각의 산물로서의
예술 작품들을 폭넓게 제시하고, 시골의사는 어떤 장르라도 좋으니 예술에 탐닉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 얼마 전 podcast를 알게 된 Former HP CEO Carly Fiorina도
단순히 재밌는 것과 중요한 것을 구분하는 perspective을 가지려면
역사나 미술, 음악 등 외부 세계에 관심을 두고 많이 접하라는 얘기를 한다.
어떤 기업경영, 투자 관련 기사나 잡지를 보더라도 언제나 "How to ...,"
"What you must do when ..." 같은,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해석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에 그친다. 이런 기사들을 많이 보면 과연 내가 더 경영이나
투자를 잘 할 수 있게 되나?
메모를 열심히 쓰고 한 군데에 모아둔다고 해도 이게 별 도움이 되는 지 모르겠다.
단편적인 지식들의 산술적 합산이 곧 통찰이나 깨달음으로 이어지는가?
이런 물음들에 직면할 무렵 책 한 권과 짧은 칼럼 하나가 던져준 생각들.
이걸 "문제 자체에서 답을 찾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속에서 답을 읽어라!"
이걸 "문제 자체에서 답을 찾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속에서 답을 읽어라!"
라는 문장으로 요약해본다.
예술 작품은 예술가의 생각과 노력의 집약체고, 역사는 이전 시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었나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책을 많이 읽으라는
조언이 가지는 의미 또한 극명해진다.
결국, 키워드는 "생각"이다.
이건 요즘 내가 다시 예술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기로 한 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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